책문(策問)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으로, 최종합격자 33명의 등수를 정하는 시험이다. 왕은 최종 시험으로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을 문제로 내곤 했으며, 젊은 인재들은 아슬아슬하게 보일 만큼의 솔직한 답을 내놓았다. 실제로 임숙영은 광해군에게 척족과 후궁의 아첨을 뿌리 뽑으라 건의했고, 대노한 광해군은 그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명하는 삭과(削科)파동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 책이 단순한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가 아닌 까닭은 비슷한 문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세종), 교육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명종), 정벌이냐 화친이냐(선조) 등의 물음은 오늘의 현실에 적용해도 차이가 없는 물음들이다.
김태완
부산 무심선원 원장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중국 조사선의 연구>로 부산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서 선학(禪學)을 전공하는 동안 스승인 박홍영 거사를 만나 선을 공부했으며, 수년 전부터는 무심선원을 열어 수행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선으로 읽는 금강경] [선으로 읽는 대승찬] [마조어록] [바로 이것!] [조사선의 실천과 사상] [서장공부] 등이 있다.
술의 폐해를 논하라(중종의 질문과 김구의 대답)
“술의 폐해는 오래되었다……우리 조선의 여러 훌륭한 임금님들께서도 대대로 술을 경계하셨다……그런데도 오늘날 아랫사람들이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폐단이 더욱 심해져, 술에 빠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술에 중독되어 품위를 망치는 사람도 있다. 흉년을 만나 금주령을 내려도, 민간에서 끊임없이 술을 빚어 곡식이 거의 다 없어질 지경이다. 이를 구제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66쪽)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생기기 쉬운 폐단과 구제하기 어려운 폐단이 있습니다. 생기기 쉬운 폐단은 사물의 폐단이고, 구제하기 어려운 폐단은 정신의 폐단입니다. 구제하기 어려운 것이 먼저 나타나고, 생기기 쉬운 것은 뒤에 나타납니다. 정신의 폐단은 원인이고, 사물의 폐단은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나무가 병이 들며 좀이 쓸고 젓갈에 악취가 나면 구더기가 들끊는 것처럼, 술의 폐해가 어찌 정신의 폐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음을 수양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해는 마음을 수양하지 못해서 당하는 것이지, 술 때문에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술만 탓하고 마음을 탓하지 않거나, 사물의 폐단만 근심하고 정신의 폐단을 근심하지 않는다면, 결국 성품을 잃어버리고 몸을 망치며 병을 불러들여 재앙을 초래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 현명한 임금은 마음을 수양해 백성을 이끌고, 훌륭한 선비는 마음을 닦아 몸을 수양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임금과 용렬한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해 나라를 잃고 집안을 망친 것입니다.“
( /P. 67~69)
책문을 읽기 위해|책문, 왕과 세상을 향한 목소리
1장
책문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_광해군
대책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입니다_임숙영
책문 속으로
위험한 발언과 고뇌하는 광해군
2장
책문
술의 폐해를 논하라_중종
대책
마음이 아니라 법으로만 금지하기에_김구
책문 속으로
중종과 김구, 깊은 밤에 독대하다
3장
책문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면 왕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_명종
대책
진리를 탐구하고, 소인을 가려내야 합니다_노진
책문 속으로
사화의 흔적들, 군자를 찾아서
4장
책문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_광해군
대책
인생은 부싯돌의 불처럼 짧습니다_이명한
책문 속으로
섣달 그믐밤의 슬픔
5장
책문
그대가 공자라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는가_중종
대책
옛날이나 지금이나 도가 다르지 않습니다_조광조
책문 속으로
조광조, 좌절된 개혁의 안타까운 기억
6장
책문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위기를 구제하려면_광해군
대책
겉만 번지르르한 10가지 시책들을 개혁해야_조위한
책문 속으로
광해군 죽이기
7장
책문
정벌이냐 화친이냐_선조
대책
정벌은 힘, 화...친은 형세에 달려 있습니다_박광전
책문 속으로
조선이 선택한 문치주의의 운명
8장
책문
6부의 관리들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_명종
대책
정치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_김효원
책문 속으로
?주례?의 마스터플랜
9장
책문
외교관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_중종
대책
재능보다 덕을 우선해야 합니다_김의정
책문 속으로
조선과 중국, 그리고 대한민국과 미국
10장
책문
교육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_명종
대책
학문의 진리가 마음을 즐겁게 해야만_조종도
책문 속으로
유가 지식의 지상과제, 정치와 교육
11장
책문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_세종
대책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해 쓰소서_강희맹
책문 속으로
연못에 발을 담근 정자처럼
12장
책문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란_중종
대책
쉬울 때 어려움을, 시작할 때 끝을 생각해야_권벌
책문 속으로
충재공 권벌 이야기
13장
책문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_세종
대책
역사적 사례에서 배워야 합니다_성삼문
대책
언로를 열어 직언을 들으셔야 합니다_신숙주
대책
깃털처럼 보잘것없는 의견도 들으소서_이석형
책문 속으로
성삼문과 신숙주, 매화와 숙주나물
주석 출전주
역주
후기 조선의 책문, 지식인들의 이론적 통로
부록 출전 문집
인용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