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의 40년 된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두 남녀, 은교와 무재의 사랑 이야기다. 재개발로 전자상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게 되고, 그곳을 터전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내력이 하나씩 소개된다. 그 와중에 소설은 시스템의 비정함과 등장인물들의 선량함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면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과연 살 만한 곳인지 묻는다.
이 폭력적인 세계에서 그림자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쓸쓸하고 처연한 삶을 이야기하며, 사랑이라는 게임을 언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언어를 통해 서로를 애무하고, 이해하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그저 '황정은 특유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연애소설이다.
황정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 《야만적인 앨리스씨》가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누구의 배(腹)도 빌리지 않고 어느 날 숲에서 솟아나 공산품이라고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알몸으로 사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신은 아무래도 빚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뻔뻔한 거라고 나는 생각해요.
가마가 말이죠, 라고 무재 씨가 말했다.
전부 다르게 생겼대요. 언젠가 책에서 봤는데 사람마다 다르게 생겼대요.
그렇대요?
그런데도 전부 가마, 라고 부르니까 편리하기는 해도, 가마의 처지로 보면 상당히 폭력적인 거죠.
숲
가마와 가마와 가마는 아닌 것
입을 먹는 입
정전
오무사
항성과 마뜨료슈까
섬
작가의 말
작품해설
<백의 그림자>에 부치는 다섯 개의 주석_신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