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저 / 문학동네 /2010년/344쪽/12,000
  전직원
  하
  유전의 질긴 고리, 묵묵한 견딤, 가족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 장편소설이다. 김훈이 지금까지 모색해온 새로운 언어, 사람과 사람, 사람의 몸과 꽃과 나무와 숲, 자연이 서로 엉기어드는 풍경을 가장 잘 그려 보이는 작품이다. 김훈의 문장 안에서 풍경과 사람이 태어나고 생장하고 스러지고 마침내 소통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지며, 문장 안에서 말로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표현해 내고 있다.
모두 3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주인공 연주가 민통선 부근 국립 수목원에 계약직으로 취직해 일 년이란 기간 동안 세밀화를 그리며 계절의 변화에 따른 숲의 생물들을 관찰하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연주와 그녀의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식물 종자학 연구원 안요한과 그의 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들 ‘신우’, 김민수 중위와의 만남은 ‘삶’이란 ‘가족’이란 유전의 질긴 고리를 묵묵히 견뎌내는 과정을 설명한다. 작가 김훈이 던지는 ‘내 젊은 날의 숲’은 무엇일까? 독자는 스스로 화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金薰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빼어난 여행 산문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9∼2000년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 『자전거여행』(2000)도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자전거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 등이 있다
할아버지라는 존재는 삶과 죽음이 분리되기 이전이며, 삶을 이루는 지속의 대열 속으로 편입되기 이전의 공간과 시간 속을 흘러다니는 발생과정의 유동체였다.
멀리서 봐도, 고개를 옆으로 돌린 꽃들조차 나를 향해 피어 있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봐도, 안요한 실장이나 신우가 봐도, 김민수 중위나 그 부하들이 봐도, 자등령 능선의 백골들이 살아나서 봐도, 도라지꽃은 그 각각의 사람들을 향해서, 그 멀어져가는 또는 멀리서 다가오는 보라색의 속살을 드러내서 피어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