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여자

담배 피우는 여자

김형경 저 / 문학과 지성사 / 2005년 / 322쪽 / 9.000원
  전직원
  중
  소외, 여성, 소시민, 일상의 삶
이 책은 저자의 단편집이다. 작가의 대표적인 단편집인 이 책에는, 폭력을 행사하는 가부장적인 남편에 의해 억압받는 한 여성의 체념을 그려낸 표제작 「담배 피우는 여자」를 비롯해 「손은 몸으로 돌아가고 싶다」,「푸른 나무의 기억」,「지나해, 쾌청」,「별 잡고 길을 물어」,「뿌리의 세 종류」,「수레국화가 말하길……」,「검은 돛배」,「별을 분양해 드립니다.」등 중·단편 아홉 편이 실려 있다.
김형경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강릉여자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추리 소설을 좋아했던 작가의 어렸을 적 꿈은 탐정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탐정이 되기가 어려웠고, 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남은 것이 작가였다.
1983년 『문예중앙』에 시로, 1985년 『문학사상』에 중편 「죽음잔치」로 등단했다. 그녀는 국민일보 1억원 현상 공모 당선작인『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로 독자들의 뇌리에 `김형경'이라는 이름을 굵게 새겨 놓았다. 그 외 저서로는
소설『피리새는 피리가 없다』,『세월』,『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성에』,『꽃피는 고래』,『단종은 키가 작다』,『푸른 나무의 기억』, 『외출』, 『담배피우는 여자』이 있으며 에세이로는 『사람 풍경』,『천 개의 공감』이 있다.
담배피우는 여자
지금 생각하면 흙투성이, 주름투성이의 투박한 손으로 쌈지에서 담배를 꺼내고, 그것을 정성 들여 말고, 불을 댕기고…… 그 모든 행위에는 이미 신성함이 내포되어 있었을 겁니다. 이런, 제가 신성이라고 했나요? 그렇지만 인간이 소중하게 여겨온 것, 인간이 그토록 의지하여온 것에는 그만한 신성함이 있지 않을까요?
...
인간은, 아니 인류는 늘 무엇엔가 기대어 살 것이 필요했을 겁니다. 에덴의 이브에게는 사과가 필요했고, 신대륙을 정복한 사람들은 담배가 필요했고, 비탈진 밭을 일구던 아낙네들에게는 한 자락 노래가 필요했을 겁니다. 어지러운 속도감을 견뎌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술이나 담배가 필요하겠지요. 그럴 겁니다. 인간은 무엇엔가 기대어 살 것이 필요할 겁니다. 그걸 이해했어야 했는데…… 제가 진작 그 행위에 깃든 소중함을 이해했더라면, 그랬더라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p.56



그러던 어느 날, 발견했지요. 제가, 제가 남편의 담배를 꺼내 이렇게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요. 가슴 안에 딱딱한 것이 쌓여 온몸이 돌덩이처럼 차고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다고 느껴지던 때, 그때 담배를 피웠을 겁니다. …… 지금은 담배를 피울 때마다 온몸의 맥이 낮은 곳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 그 느낌 하나만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온몸의 맥이 가라앉으면 견딜 수 없는 자괴심이나 외로움이나 배고픔이나 추위…… 그런 모든 일들이 그 맥처럼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모든 긴장이 이완되고, 모든 갈등이 제풀에 풀려나가죠. 바로 그걸 겁니다. 담배가 인간을 붙드는 힘은.--- p.60
담배 피우는 여자
손은 몸으로 돌아가고 싶다
푸른 나무의 기억
지나해, 쾌청
별 잡고 길을 물어
뿌리의 세 종류
수레국화가 말하길……
검은 돛배
별을 분양해 드립니다.

- 해설·낌새, 불안한, 날아가는·최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