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자유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작가인 파스칼 메르시어의 작품으로, 근본적인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삶에서 일탈해 전혀 다른 삶을 좇아간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다른 삶에 대한 희구는 현실에 대한, 표현되지 못한 내면의 저항이 아닐까? 혹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미 만들어진 나를 다시 만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작가는 작품 속 인물인 프라두의 입을 빌려 글쓰기를 실존과 언어의 문제로 바라본다. 내가 인식하는 자아와 타인의 눈에 드러난 자아, 남이 말하는 나와 내가 말하는 나, 현재의 삶을 경험하는 나와 감추어진 삶을 지향하는 나 사이의 간극. 작가는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파스칼 메르시어 Pascal Mercier
본명은 페터 비에리(Peter Bieri). 1944년 스위스의 베른에서 출생한 작가이자 철학자. 베른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후 독일 하이델베르크와 영국 런던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영국의 철학자 존 맥타가트의 시간철학을 다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언어철학 교수로 재직했다. 소설을 집필할 때만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그는 <페를만의 침묵(1995)>, <피아노 조율사(1998)>를 출간했으며 2004년에 출간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독일을 비롯 세계 15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200만부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6년에 독일의 ‘마리 루이제 카슈니츠 상’을, 2007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최고 외국어 소설에게 주는 ‘프레미오 그린차네 카보우르 상’을 수상했다.
천박한 허영심은 우둔함의 다른 형태지요. 우리의 모든 행위가 우주 전체로 봤을 때 얼마나 무의미한지 몰라야 천박한 허영심에 빠질 수 있어요. 그건 어리석음이 조야한 형태로 나타난 거예요. p.246
내가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 또 하나 있다. 우리 몸과 독자적인 생각에 악마의 낙인을 찍고 우리의 경험 가운데 최고의 것들을 죄로 낙인찍는 세상, 우리에게 독재자와 압제자와 자객을 사랑하라고 요구하는 세상. 마비시킬 듯한 그들의 잔혹한 군화 소리가 골목에서 울려도, 그들이 고양이나 비겁한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거리로 숨어들어 번쩍이는 칼날로 등 뒤에서 희생자의 가슴까지 꿰뚫어도……. 설교단에서 이런 무뢰한을 용서하고 더구나 사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장 불합리한 일 가운데 하나다. 적을 사랑하라는 이 괴상하고도 비상식적인 명령은 사람들의 의지를 꺾고 용기와 자신감을 빼앗아, 필요하다면 무기까지도 들고 독재자에게 대항하여 일어나야 할 힘을 얻지 못하도록, 그들의 손아귀에서 나긋나긋해지도록 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난 신의 말씀을 경외한다. 시적인 그 힘을 사랑하므로. 난 신의 말씀을 혐오한다. 그 잔인함을 증오하므로. 이 사랑은 아주 힘든 사랑이다. p.263
1권
제1장 출발
제2장 만남
2권
제3장 시도
제4장 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