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남한산성

김훈 저/ 학고재/ 2007년/ 384쪽/ 11,000원
  전직원
  하
  병자호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기록인 ‘인조의 삼전도 항복’을 재구성한 책이다.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인조와 청과의 척화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척화파 김상헌, 청과 강화를 주장하는 주화파 최명길,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김류 등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책에서 만나는 역사 속 정치판의 갈등 모습은 오늘날의 정치에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김훈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50이 넘은 나이에 데뷔해서 그야말로 요즘 끗발을 날리고 있는 소설가이다. 특히나 그간 중장년층이 읽을 만한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소설이 없었던 공간을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동인문학상,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고, 대통령의 탄핵 사태 때는 사람들이 그의 작품 속에서 정치적 상징을 읽어내는 바람에 연일 그의 소설이 주요 신문을 도배하는 사태를 빚기도 하였다. 그의 몇 편 되지도 않는 작품에 영상 제작자들이 유난히 관심이 많다. [칼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불멸의 이순신'이 KBS에서 절찬리에 방영되었고 [현의 노래]는 영화화가 준비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독서 에세이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문학기행1,2](공저),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등이 있다
백성의 초가지붕을 벗기고 군병들의 깔개를 빼앗아 주린 말을 먹이고, 배불리 먹은 말들이 다시 주려서 굶어 죽고, 굶어 죽은 말을 삶아서 군병을 먹이고, 깔개를 빼앗긴 군병들이 성첩에서 얼어 죽는 순환의 고리가 김류의 마음에 떠올랐다. 버티는 힘이 다하는 날에 버티는 고통은 끝날 것이고, 버티는 고통이 끝나는 날에는 버티어야 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었는데, 버티어야 할 것이 모두 소멸할 때까지 버티어야 하는 것인지 김류는 생각했다. 생각은 전개되지 않았다. 그날, 안에서 열든 밖에서 열든 성문은 열리고 삶의 자리는 오직 성 밖에 있을 것이었는데, 안에서 문열 열고 나가는 고통과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통의 차이가 김류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김류는 느꼈다. (p.93)

서날쇠는 새벽에 떠났다. 김상헌이 떠나는 서날쇠를 성벽까지 따라갔다. 동쪽 성벽은 옹성을 지나서 오르막으로 치달았고, 그 아래에 배수구가 뚫려 있었다. 서날쇠는 배수구를 향해 산길을 걸었다. 지팡이가 눈 속으로 빠져서 김상헌은 자주 비틀거렸다. 서날쇠가 김상헌을 부축했다.
- 대감, 여기서부터는 더 가팔라집니다. 그만 돌아가십시오.
- 아니다. 떠나는 걸 보고 싶다.
서날쇠의 행장은 가벼웠다. 초로 봉항 격서를 기름종이에 싸서 저고리 속에 동였다. 등에 진 바랑 하나가 전부였다. 바랑 안에는 가죽신 세 켤레와 버선 한 죽, 호미 한 개, 칼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 서날쇠는 먹을 것을 지니지 않았다. 김상헌은 서날쇠의 바랑 속이 궁금했다.
- 끼니거리는 지녔느냐?
- 먼 길을 가니, 한두 끼를 지녀서 될 일이 아니옵고......
- 어찌하려느냐?
- 백성들이 아직 살아 있으니 얻어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빈 밭을 파면 뿌럭지들이 나옵니다.
김상헌의 목젖이 뜨거워졌다. ...날쇠야, 너는 갈 수 있고, 너는 돌아올 수 있다......(p.231)
눈보라 / 언 강 / 푸른 연기 / 뱃사공 / 대장장이 / 겨울비 / 봉우리 / 말먹이 풀/
초가지붕 / 계집아이 / 똥 / 바늘 / 머리 하나 / 웃으면서 곡하기 / 돌멩이 / 사다리/
밴댕이젓 / 소문 / 길 / 말먼지 / 망월봉 / 돼지기름 / 격서 / 온조의 나라 / 쇠고기/
붉은 눈 / 설날 / 냉이 / 물비늘 / 이 잡기 / 답서 / 문장가 / 역적 / 빛가루 / 홍이포/
반란 / 출성 / 두 신하 / 흙냄새 / 성 안의 봄 / 하는 말 / 남한산성 지도 /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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