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효형출판사/ 2001년/ 268쪽/ 9,500원
  전직원
  중
  생명, 생태
“알면 사랑한다.”
인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동물 사회가 실제로 알고 나면 얼마나 더 진보적이며 과학적인지, 얼마나 더 따뜻하고 신의가 있는 곳인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들에게 일러준다. 또한 이 세상에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가 아름답다고. 그리고 이 아름다움은 아는 사람들에게만 보이고 느껴지는 아주 값진 경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최재천 崔在天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53년 강원 강릉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방학만 되면 어김없이 고향의 산천을 찾았다. 1979년 유학을 떠나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95년까지 Michigan Society of Fellow의 Junior Fellow로 선정되었다. 200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겼다.
죽은 그 자체는 생물학적으로 볼 때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죽음을 애도하는 행위는 유전자의 관점으로 설명하기 대단히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다. 이미 죽은 자는 더 이상 유전자를 후세에 전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애석해 하는 그 애틋한 감정은 유전자에게 과연 무슨 도움을 주었기에 지금도 우리 가슴속에 살아 있는가?--- p.57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로 염낭거미를 따를 자 있으랴. 염낭거미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두루주머니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앉아 알을 낳는다. 새끼들을 온갖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밀폐된 공간을 만들었지만 그들을 먹일 일이 큰일이다. 그래서 염낭거미 어미는 자신의 몸을 자식들에게 먹인다.--- p.96

어느 날 그는 독거미 암컷 한 마리를 채집했다. 그 거미 암컷들이 흔히 그렇듯이 그 암컷도 등 가득히 새끼들을 오그랑오그랑 업고 있었다. 나중에 실험실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알코올 표본을 만들기로 했다. 새끼들을 털어내고 우선 어미부터 알코올에 떨궜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어미가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이번엔 새끼들을 알코올에 쏟아 부었다.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미가 홀연 다리를 벌려 새끼들을 차례로 끌어안더라는 것이다. 어미는 그렇게 새끼들을 품 안에 꼭 안은 채 서서히 죽어갔다.
- 거미들의 지극한 자식 사랑--- p.95-96

나는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을 보려는 인문학자이고 싶다. 인간 본성의 기원을 어쩔 수 없이 동물 속에 있다. 왜냐하면 그 옛날 생명이 최초로 탄생한 바다 속을 떠돌며 우연히 자기 자신을 복제할 줄 알게 된 그 DNA의 후손들이 지금도 내 몸 속, 침팬지의 몸 속, 그리고 개미의 몸 속에 함께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p.119-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