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을 낳기 위해 지금 우리가 태어난 상류로 가는 거야.”
“오직 그것 때문에?”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야.”
모천회귀하는 연어들의 생존방식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들 삶의 노정과 희노애락을 보게 된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섬세한 시적 감수성이 산문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작품이다.
안도현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으며,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자의 시는 보편성을 지닌 쉬운 시어로 본원성을 환기하는 맑은 서정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서로는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관계>, <사진첩>, <짜장면>, <증기기관차 미카>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사람>이 있다.
사랑이 간섭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묵묵히 바라보거나 나란히 헤엄치는 것이 사랑이다. p.26
'우리 연어들이 알을 낳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 알을 낳고 못 낳고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좋을 알을 낳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 거야. 그러나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르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의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p.106
'은빛연어야.' 눈맑은연어가 은빛연어를 부른다.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응, 조금. 삶이란 건-' 은빛연어가 대답을 하려 하는 순간, 드디어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뛰어오를 차례가 된다. '힘 내!' 하고 눈맑은연어가 짧게 말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때문에 은빛연어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초록강을 타고 올라오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아직도 몸 속에는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그 에너지 중의 절반쯤을 이제 써야 한다. 그리고 그 어느 때 보다도 꼬리지느러미를 빠르게 좌우로 움직여야한다. 온몸으로 뛰어올라야 한다, 온몸으로. p.110